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트라이애슬론] 2013 통영국제트라이애슬론 월드컵 첫 출전기
    서브쓰리 2013. 11. 24. 03:38

    저의 취미는 이름도 생소한 트라이애슬론입니다. 취미라고 하기도 뭐합니다. 꼴랑 3개월 준비하고 대회 한번 나가본게 전부이니까요. 하지만 시간과 건강이 허락한다면 평생 함께하고픈 운동입니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1.5km), 사이클(40km), 마라톤(10km)를 이어서하는 스포츠입니다. 물론 이것은 올림픽 코스이며, 올림픽 코스보다 두 배인 O2, 그리고 철인 코스인 킹코스(3.9km, 180km, 42.195km)가 있습니다. 첫 국제대회가 하외이에서 열렸으며 국내에는 아시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박병훈 선수가 유명합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할텐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힘든운동을 할까? 저도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러한 궁금증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시작한 계기는 스트레스 해소, 20대 마지막 도전과 "나 이거 해봤다" 정도의 유치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트라이애슬론을 준비하고 완주한 순간을 뒤돌아보면 내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준비했고, 20미터도 가기 힘들어 하던 과거의 모습이 스쳐가면서 현재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소위 또라이애슬론이라 부르는 이 극한의 운동을 왜 하는 걸까요? 비할바는 안되지만 1924년에 에베레스트 초등을 시도했던 영국인 등반가 조지 맬러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Because it's there)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맬러리의 짧은 대답에는 많은 내용이 함축되어 있을 겁니다. 다만 관심없는 사람에게는 성의없는 대답쯤으로 여겨질지 모릅니다.


    아래 영상은 Julie Moss라는 여성 선수의 경기 영상입니다. 22살 대학생 신분으로 참가한 화와이 대회에서 1등 보다 빛나는 2등으로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Julie Moss는 골인을 얼마남기지 않고 탈진으로 쓰러지고 실신을 되풀이하다가 기어서 골인을 합니다. 그 사이 뛰따르던 선수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2등으로 들어왔지만 이 경기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국내기사: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33079)


    마음속에서 뭔가가 불타오르면서 꿈틀거리지 않나요? 죽음도 불사하고 에베레스트 초등을 시도하고, 몸을 가두지 못할 만큼 신체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완주를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 30대에 접어드는 문턱에 현실에 좌절하며 온갖 보호색을 갖추어버린 저에게 잊고 살았던 중요한 가치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통영대회는 국내에서 가장 큰 대회이면서 ITU 국제 대회이기도 합니다. 1700명 이상의 참가자,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유명인(개그맨 이동후, 가수 션)과 각자 사연을 안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의미있는 대회입니다. 그 중 두 팔 없이 완주한 김대영 철인은 장애가 없는데도 의지박약인 저에게 참 많은 것을 느끼게합니다.(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2738226)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한번에 하기때문에 운동량이 많고 연습방법도 복잡합니다. 따라서 어느한가지라도 부족하면 완주가 불가능합니다. 출전 4개월 전 수영을 못했기 때문에 강습을 받았습니다. 초보자에게 수영은 가장 부담스러운 종목입니다. 1.5km를 50분안에 들어와야하며 바닷물과 오픈워터 공포, 단체 출발로 인한 몸싸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대회 당일날 새벽 6시에 일찍나와 워밍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공식 출발시간은 7시이기 때문에 다들 일찍 일어나서 죽을 먹고 사진처럼 간단한 수영으로 몸을 풉니다. 왼쪽 바나나 보트처럼 생긴 것은 컷오프에 걸린 참가자를 수송하기 위한 보트입니다. 컷오프 몇 분 전에 보트에 탈것을 권유하고 만약 보트에 타게되면 기록칩을 반납한 뒤 싸이클, 마라톤을 뛸 수 있지만(기록은 인정안됨) 보트에 타지 않고 수영을 계속하다가 컷오프되면 이후 경기를 계속할 수 없습니다.


    저는 출발하기 전에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철인 수트는 동호인의 경우 의무착용해야하며, 부력과 체온유지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초보자의 경우 입는 것도 매우 힘들므로 한번 입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드디어 출발입니다. 저기 헤엄치는 사람들 사이에 제가 있습니다. 나이별 그룹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저는 20대 그룹에 속해있습니다. 출발, 반환점, 그리고 좌측에 보이는 노란색 라인에서 몸싸움이 심한편입니다. 저는 완주가 목표라 뒤에서 천천히 출발했지만 다음 그룹 선수의 팔꿈치에 수 없이 맞았습니다.ㅠㅠ

    출발 당시에는 흥분해서 정신없이 팔다리를 젓지만 어느순간부터 주위가 고요해지고 자신의 숨소리 밖에 안들리기 시작합니다.


    물밖으로 나와서 바꿈터로 향합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수트를 벗으면서 이동합니다. 옆 아저씨를 보시면 시간 절약을 위해서 상의까지 입고 계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맨몸입니다.(살색이 야해서 흑백사진으로 올립니다.*-_-*)



    바꿈터에서는 수트를 벗어서 정리하고 사이클을 탈 준비를 합니다. 보통 숙련자들은 패달에 발이 고정되는 클릿을 사용하지만 저는 초보이기 때문에 마라톤화를 신고 사이클에 올랐습니다. 클릿은 기록단축에 도움이 되지만 저같은 초보는 위급한 상황에서 발을 빼지 못해서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르막에서 클릿 끼우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오르막이 많은 통영 코스에서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수트는 거치대에 걸지말고 꼭 바구니에 넣어야 합니다. 번호표를 가려서 뒤 따르는 선수에게 피해를 줍니다.



    바꿈터에서 옷을 갈아입고 싸이클을 끌고 갑니다. 바꿈터안에서는 헬멧을 꼭 착용해야하며 싸이클을 타고 이동할 수 없습니다. 이제 40km를 달리러 출발합니다. 선수의 경우 40km 코스를 한시간 안쪽으로 주파하며, 동호인이 평속 40km/h를 유지하면 짐승 반열에 올랐다고 표현하고, 평속 30km/h를 유지하면 초보를 벗어났다고 합니다.(제가 딱 이 정도 입니다^^;)


    40km 거리의 사이클 코스를 마치고 바꿈터로 돌아오는 모습입니다. 통영 대회의 사이클 코스는 국내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기로 유명합니다. 평지는 거의 없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 코스입니다. 만약 첫대회를 통영에서 치룰것이라면 오르막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또한 통영대회는 내리막 뒤에 급커브가 이어지므로 커브 진입 전 감속해야하며, 절!대!로! 중앙선을 넘어가면 안됩니다. 중앙선 건너편에는 반대로 진행 중인 선수가 있기 때문에 커브 시 관성때문에 중앙선을 넘게되면 반대편 선수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됩니다. 매년 중앙선 침범으로 큰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번 대회에서도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또한 앞선수를 바짝 따라가는 드래프팅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 선수와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좌측으로 추월해야하며, 추월하면서 "추월!" 이라고 외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제 10km 마라톤 시작입니다. 사진엔 파이팅 넘치게 나왔는데 출발부터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근전환 훈련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입니다.


    골인 직전! 이를 악물고 뜁니다. 가족과 지인의 함성소리에 없던 힘도 솟아오름니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왔는지 2~3명을 제끼고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완주 메달을 수령하고 좋아서 사진 한장 찍습니다. 메달이 멋지게 생겨서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바꿈터의 짐들을 정리하고 돌아올 준비를 마침니다.

    사람들에게 트라이애슬론을 한다고 하면 그런거 왜 하냐며 반문하지만 (마라톤 풀코스도 그랬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삶이 무기력하거나 답답하고 돌파구가 없을때 운동을 통해 극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배운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에게 운동이란 정신수양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철인3종 만세~!










    '서브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천마라톤] 2012년 춘천마라톤 풀코스 후기  (0) 2012.10.31
    마라톤 - 005 -  (0) 2012.09.06
    마라톤 - 004 -  (0) 2012.09.02
    마라톤 - 003 -  (0) 2012.08.31
    마라톤 - 002 -  (0) 2012.08.28
Designed by Tistory.